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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수필.보고서.기타

루소의 역설에 대해..

* 01년 2학기 수시특강 '글쓰기' 원문작성일 01.11.02

향기가 가득한 방에 오랫동안 있게 되면 그 향기에 동화되어 정작 나중에는 그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된다. 그 방을 나와서 잠시 그 향기를 잊어버린 후 다시 그 방에 들어가야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정작 그것을 잃어버린 후에나 그것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그 소중한 것이 내 곁에 있을 때에는 나의 일상이 되어 아무런 감각 없이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현재 봄을 느끼는 사람은 봄의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아니 겨울 속에서 그리는 봄의 이미지보다 상대적으로 제대로 표현될 수 없다. 그에게는 항상 보아 오던 길가에 핀 꽃들, 지저귀는 새들, 따스한 봄날 햇볕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져서 마치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만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겨울 속에 있는 내가 봄을 그리고자 한다면 보이는 그대로의 사실 외의 것이 포함됨이 확실하다. 겨울 속의 내가 그리는 봄에는 (현재 추운 겨울 속에 있기 때문에)봄의 따뜻함이 더 생동감 있게 표현될 것이고, 봄을 기다리는, 원하는 간절함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접 볼 수 없으니 자신의 상상에 의존해야 하므로 이미지의 묘사가 훨씬 풍부하고 상상력도 뛰어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의 부재를 통한 중요성의 역설을 루소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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