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기술..지은이 조승연은 지적 사기꾼?
* 원문 작성일은..모르겠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뭔가 좀 공부기술같은걸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절대 공부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물론, 사서읽을필요는 없지만, 정말 궁금한 사람이라면, 도서관 등에서 빌려 읽던가 서점에서 한두시간 짬을 내어 후루룩 훑어보는 것 까지 말리지는 않겠다.
이 책은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공.부.기.술. 이라는 글자를 박아놨다. 공부에 찌든 이 땅의 수험생들에게 이 얼마나 구원의 빛인가! 게다가 표지를 넘기면 책 날개에 나오는 저자의 약력을 보자!! 81년생으로 중2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뉴욕대 경영학과와 줄리어드 음대(야간)에 동시 재학중!! 3~4개국어에 능통하며, 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SAT 작문과 독해부문 만점 등등 헉헉헉..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롤로그에는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닉, 기술로 하는 것이라면서 머리가 나빠도 기술만 터득하면 성적은 저절로 올라간다고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대단한,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 좀 하는 사람이 쓴 책이니 정말로 공부 기술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차겠군 야호~!!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프롤로그를 지나 본문 맨 첫 장을 읽자마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첫 장에서 저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엔 학교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음을 얘기한다. 인내심과 집중력이 부족하며 책상에 단 5분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고, 수업시간에는 공상을 하거나 딴짓을 했다는 얘기도 곁들인다. 이 구절만 읽은 이 땅의 대부분의 성적 안좋은 학생들은 절대공감동감의 감정을 갖았으리라!! 어떻게? 바로 이렇게
'헐..나와 거의 비슷한 성적의 사람이 공부기술을 터득해서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도 가고, 헐..나도 이사람이 말한 공부기술만 터득하면 이렇게 될 수 있겠군!!'
하지만, 성급한 결론은 마시라. 저자는 이 땅의 대부분의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임을,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어려운 역사책이나 철학책을 읽어댈 뿐 학교공부에 당장 도움되는 책들을 읽지 않아 아는 것은 많지만 학교 성적은 신통치 않은 학생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시에서 주최하는 과학경진대회에서 금메달을 탔으며, 성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 실력을 인정해주기 싫은 선생님들에 대한 반항이라고 한다.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자신이 공부를 못한다고..하면서 내심 은근슬쩍 자신은 공부를 못해서 성적이 안나온게 아니라 안해서 안나왔던 것이라고..밝히면서 자신의 지적 재능과 능력을 과시한다!!
이 책을 읽고싶어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다. 자신들과 같이 평범한 머리에, 철학책과 역사책, 과학경진대회 금메달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이 공부기술을 깨닫고 성공하는 것을 읽고 싶었을 게다. 근데, 이건 처음부터 자신들과 비교가 안된다. 책을 읽다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저자 조승연씨는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인 듯 싶다.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은, 어떤 기술을 쓰든 잘 하게 돼 있다.
또한 책의 제목은 공부기술이지만 저자는 공부기술에 대해 딱히 이렇다..할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만다. 예를 들어보자.
-전 과목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바꿔라
-강의 시간에 필기 줄이고 강의에 열중하라
-교과서 속에 모든 답이 있다.
-나만의 인생 목표를 세워라
-20분마다 공부 과목을 바꿔라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무조건 읽어라
등등..뻔히 다 아는 내용 아니던가? 새로운게 있다면 20분 마다 공부 과목을 바꾸라는것뿐. 사실 나같은 경우는 20분 정도는 한 과목을 계속 공부해야 그제서야 집중력이 생기고 그 과목에 빠져든다. 나같은 사람이 저런 기술?을 썼다간 그 어떤 공부도 할 수가 없을 거다.
왠만하면 책을 읽고 책에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지만, 이 책을 읽고나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형 서점의 웹사이트 독자리뷰란에 이 책에 관한 글들을 읽었다. 일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개인마다 무언가를 읽고 느끼는 바가 다를테지만, 도대체 이 책의 어떤 것을 읽고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혼란스러울텐데.
그래. 저자는 이렇게 해서 성공을 했을테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부기술을 터득하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평범한 수준의 학생들이 과연 저자가 제시한 방법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까?
물론 이 책이 말도안되는 주장만 늘어놓은 책은 아니다. 역시 유식하고 똑똑하고 어려운 책을 어렸을때부터 읽은 저자답게 책 저변에 깔린 배경지식은 보통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한번쯤 읽고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박식하고 유식하고 똑똑한 저자에게 박수를.짝짝짝. 하지만 이런 유식찬란한 것들을 거둬내고 나면, 정작 저자가 하고싶은 말은 별로 안된다. 어떤 말을 하고싶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내 결론은 더욱 확고해졌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으며, 정해진 기술도 없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공부스타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찾은 스타일이야말로 자신만의 확고부동한 공부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공부기술을 알려준답시고 주머니 얄팍한, 그리고 성적올리기에 목매단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제발 이런 종류의 책으로 휘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타까운것은 저자가 초등학생을 위한 공부기술이란 책도 써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순수한 의도는 첫번째 원고를 쓰고 출판사에 넘기며 편집과 각색과 편찬 과정을 거치며 출판사의 입김도 들어가고 높은 판매고를 위한 상업전술도 들어가면서 많이 바뀌기 때문에 저자 본인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또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부 못하는 이땅의 수험생들에게 널리 알려서 수험생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는 그 열정이 안느껴지는 것은 아니나, 제발 사이비 교주마냥 이것만이 옳다 라는 주장보단 이런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라. 라는 식으로 책을 썼었더라면 더 좋았을뻔했다.
물론,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이런 각주를 달지 않아도 이미 책의 정체에 대해 파악을 했겠으련만은..
나는 차라리 공부기술보다는 저자의 다른 작품인 생각기술을 권하고 싶다. 생각기술 역시 고색찬란한 저자의 박식유식한 문체와 배경지식이 난무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자신의 얼마나 편협한 사고와 생각을 해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