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이야기 돌아보기..
백설공주 다시 쓰기
아주 먼 옛날, 백 년에 한 번 눈이 내리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나라의 한 가운데로는 나라를 반으로 나누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산을 돌아 나가는 지점에는 저주받은 숲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나라는 총 일곱 개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강을 기준으로 위쪽 마을을 윗마을, 아래쪽 마을을 아랫마을이라고 불렀습니다. 윗마을 사람들은 풍류와 음악을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이었고, 아랫마을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농사를 짓는 비교적 온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주받은 숲은 각 마을에서 중대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었는데, 죄인이 사는 곳이기에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였습니다.
왕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라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각 마을의 장로들이 모여 회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일곱 개 마을의 사이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어 벌이는 큰 싸움들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이런 싸움이 오랜 기간 계속되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여만 갔고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분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겨운 싸움의 끝을 낸 사람이 있었으니, 아랫마을에서 농사를 하며 살던 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일곱 마을의 화합을 유도했고 나라는 다시 하나가 되었습니다. 장로들은 더 이상 나라를 관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 청년에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 그는 이 나라의 첫 번째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합의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준 같은 아랫마을 출신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지혜롭게 나라를 통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드디어 눈이 내리는 백 년이 돌아와 마을에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높은 산들은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고 얼어버린 강 위에도 눈이 내려 눈길이 생겼습니다.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되살아나자 사람들 마음도 모두 하얗게 물들어 갔습니다. 바로 그 날, 왕 부부는 귀여운 딸을 얻었고 하얀 눈이 내리는 날 태어났다고 하여 이름을 ‘백설’이라 지었습니다. 공주는 어머니를 닮아 굉장히 활발하고 명랑한 소녀로 자라났습니다. 얼굴이 빼어나게 예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소녀였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주는 성안에만 있기보다는 소외된 자들, 아픈 자들,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감싸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농사일이나 그 외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손수 몸에 익혔습니다. 사람들 역시 마음씨 곱고 성실한 그녀를 무척 사랑하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기쁜 일만 생길 것 같던 왕에게도 불행이 닥쳤으니, 바로 백설공주의 어머니이신 왕비가 병에 걸려 돌아가시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왕은 의욕을 잃고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자연스레 백성들에게는 소홀해져갔고 나라가 걱정이 된 사람들은 왕비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윗마을에 사는 여인을 새 왕비로 맞이해 줄 것을 왕에게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왕도 처음에는 새 왕비를 맞는 것이 맘에 내키지 않았으나 그 여자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하여 곧 새 왕비로 맞아들였습니다. 윗마을의 분위기에 젖어 풍류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낙천적인 그녀지만 돌아가진 왕비 못지 않게 선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친어머니 못지 않게 백설공주를 사랑해주었고 왕비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었습니다. 나라는 다시 평화를 맞이하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못된 음모를 계획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윗마을 출신의 나쁜 마법사들이었습니다. 왕비의 죽음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을 기대했던 그들은 새 왕비의 출현으로 뜻대로 되지 않자 새 왕비에게 마법을 사용하여 그녀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왕비가 마시는 잔에 미리 약을 타놓고 왕비가 마시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왕비는 그 약을 마시고 며칠간을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왕비가 걱정된 왕은 다시 시름에 잠겼고 백설공주 역시 왕비를 걱정하며 매일 밤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느 날 백설공주가 왕비를 보려고 왔을 때, 그녀가 깨어났습니다. 공주는 기쁜 맘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예전의 그녀가 아님을 얼굴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네가 내 잠을 깨웠구나!”
왕비는 큰 소리로 공주를 꾸짖으며 방에서 쫓아내었습니다. 사악하게 변한 왕비는 나라의 통치에 간섭하기 시작하였고, 이미 아내 잃은 슬픔에 나약해진 왕은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그 와중에도 백성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왕비의 못된 정책들을 와해시키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백설공주가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마법사들은 다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마법 거울을 왕비에게 선물하면서 말했습니다.
“왕비님, 이 거울은 왕비님이 원하는 것을 보여드린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 거울에게 묻는 다면, 아마도 거울엔 왕비님의 아름다우신 얼굴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 말에 신기해진 왕비는 마법사들이 나간 후 거울을 걸어놓고 조심스레 말을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지?”
거울이 대답하였습니다.
“그야 물론 흰 눈보다도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백설공주시지요”
이 말을 들은 사악해진 왕비는 질투가 나서 백설공주를 성에서 쫓아냈었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일곱 마을 중 어느 곳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왕과 그 가족에 대한 불신으로 마을 사람들이 공주를 받아들이려 하질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쩔 수없이 백설공주는 저주받은 숲으로 향했습니다. 숲의 입구에서 공주는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착한 공주이지만 어려서부터 이 숲에 사는 이들은 큰 죄를 지은 죄인으로 모두 거대한 몸집과 사나운 성격을 지녔다고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로 한 백설공주는 숲에서 길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보니 키 절반 만한 난쟁이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누구...시죠?”
“저희는 이 숲에 사는 난쟁이들이랍니다. 반갑습니다”
공주는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자신을 구해준 것과 그들의 선량한 태도에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쳤습니다.
백설공주는 처음 며칠간은 숲에 익숙해지느라 일곱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공주는 혼자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곳의 난쟁이들은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제대로 된 농사조차 지을 줄 몰라서 불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공주는 자신이 성과 마을에서 배운 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농사법 등을 난쟁이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난쟁이들은 공주의 친절과 정성,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난쟁이 마을에 온 손님이 숲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무렵 난쟁이들은 조심스레 이 낯선 방문객에게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공주는 머뭇거리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
이렇게 시작된 말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말하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난쟁이들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당신이 바로 그 공주였군요. 저런 참 안되셨습니다. 그런 일을 당하시다니.”
난쟁이들도 원래는 보통 인간이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저주의 마법으로 난쟁이가 되어 이 숲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백설공주에게 해주었습니다. 공주는 난쟁이들에게 자신의 새 어머니를 도울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골똘히 생각하던 그 때, 윗마을에서 쫓겨난 첫 번째 난쟁이가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윗마을 마법사의 짓일 것입니다. 사람을 악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그의 마법뿐이지요”
그 말을 들은 백설공주는 마법에 걸린 자신의 새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를 바라본 난쟁이가 다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법을 풀 수 있는 약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구하기가 어렵지요”
구하기 어렵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백설공주는 그 약을 구하는 방법을 듣고는 곧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난쟁이들도 공주의 친절과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동행하였고 천신만고 끝에 그 약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약을 왕비가 먹게 하기 위해선 왕비를 만나야 했지만 왕비는 성안에서만 지낼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주와 난쟁이들은 왕비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한가지 방법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했기에 마을을 향해 어려운 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쟁이들은 죄인들이요, 백설공주는 이미 신용을 잃고 쫓겨 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행은 우선 일곱 마을의 장로들을 설득한 뒤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던 마을 사람들도 간곡한 부탁에 감동 받아 그들을 믿고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은 성문 앞에서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다시 올 평화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한없이 드렸습니다. 이 평화의 기도에 왕비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지친 마법사들은 성문을 잠시 열어 왕비로 하여금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였습니다. 드디어 성문이 열리고 왕비가 나오자 백설공주는 앞으로 달려가서 왕비에게 그 약을 드리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약을 알아차린 마법사가 백설공주를 저지하였고 공주의 약은 왕비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비가 크게 화를 내었고 경비병들을 시켜 공주와 마을 사람들을 빨리 쫓아내라고 명령했습니다.
“어머니!”
백설공주가 크게 울부짖으며 왕비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백설공주의 눈물과 공주를 사랑했던 왕비의 마음이 합쳐져 마침내 왕비는 그녀를 구속했던 못된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왕비는 백설공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경비병을 시켜 마법사들을 붙잡게 하였습니다. 왕비는 마법에 걸린 후에 자신이 저지른 악덕한 일들에 대해 마을 사람들 앞에서 깊이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왕비를 용서해 주었고 죄를 저질렀던 마법사들도 용서해 주었습니다. 마법사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한 못된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저주로 난쟁이가 된 이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바꾸어 주었고 간단한 벌로 저주받은 숲을 가꾸는 지킴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 부부는 나라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애썼고 백설공주는 백성들로부터 더욱 많은 사랑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이 글을 각색하면서 우리가 주의한 점
☞ 우선 조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기존 백설공주의 부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새롭게 제시된 대안을 글 속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첫째, 사람의 가치 판단의 기준을 ‘외적인 미’에 두고 있어서 아이들이 내적인 미보다는 외적인 미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할 수 있다. 기존의 백설공주에 대한 외모 묘사는 미의 기준에 다양성이 아닌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동화 속에서는 백설공주의 외모 묘사를 자제하고 단지 평범하게 생겼다는 의미만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공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님을 글 속에 나타냈다.
둘째, 자신이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워 이기려는 적극성과 창의성 용기를 길러주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수긍하는 소극적 태도를 길러준다. 기존 동화에서의 공주의 모습은 이러하나 우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진취적 여성상을 창출하였다.
셋째, 잘못을 저지른 이에 대한 용서가 없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쁜 마법사들을 용서함으로써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도 반성을 할 기회를 줘야 함을 아이들에게 전달 할 수 있다.
넷째, 의붓어머니에 대한 편견 조장 가능성이 있다. 기존 동화와는 달리 새 어머니를 처음부터 선한 존재로 설정을 하고 마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변화했음을 나타냈다.(물론 새어머니가 나쁜 역을 함에는 변함이 없긴 하지만)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선한 인물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