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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그러면 천사는 뭘 입지?

lainy 2007. 2. 10. 05:17


얼마전 '된장녀'가 온라인상에서 커다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명품에 집착하는 몇몇 여성들의 허영과 언제나 공격의 대상을 찾고싶어하는 몇몇 네티즌들의 허상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덕분에 대다수의 여성들과 명품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만 더 생긴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여자들은 명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남자들도 명품을 좋아한다. 왜? 좋으니까. 만약, 캘빈클라인에서 기저귀를 만든다면, 3살짜리 아기도 명품의 가치를 본능적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왜? 좋으니까.


사람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거다. 그만큼 좋으니까. 하지만 명품에는 단순히 제품의 품질로만 고르지 않는다. 명품 속에 들어있는 철학적 가치라던가, 사회적 시선, 자신의 지위를 뽐낼 수 있음 등이 명품 하나를 구매함으로서 따라오게 된다. 명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명품을 향한 사람들의 허영심은 바로 그 후자의 가치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들은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소재가 되어 놀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는 명품에 사로잡힌 허영심 가득한 여자에 관한 영화가 절대 아니다.  제목에 '프라다'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는 허영보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표현이라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왜냐고?



대학을 갓 졸업한 기자지망생 앤드리아삭스는(이하 앤디) 최고의 저널리스트를 꿈꾸고 뉴욕에 상경하지만, 얼떨결에 세계 최고의 패션잡지 Runway의 편집장이자 그분야 최고의 거물인 미란다의 개인 비서로 취직이 된다.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자리지만, 앤디는 패션에대해서는 평소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그저 스쳐지나가는 자리쯤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런 안일한 자세(?)덕분에 앤디는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이자 괴팍하기로 소문난 미란다 밑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하게 된다.



어쨋든, 몇 번의 해고 위기와 사퇴 위기를 넘기면서 앤디는 점점 풋내기 비서에서 프로페셔널한 비서로 변신하게 되고, 미란다와의 거리도 조금씩 좁히게 되는데..



본 영화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 시킬때 가장 주안점을 둬야할 것이 소설속 캐릭터를 영화화 시키는 작업인데, 메릴스트립이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미란다를 소화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속 그녀의 연기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보라!! 저런 표정, 아무한테서나 나올수 있는 포스가 아니다!! 무심한 듯 시선을 저 너머에 떨꾼채 손등으로 살며시 얼굴을 바쳐든 저 손짓!!  원작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은 미란다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



소설 속에서는 말그대로 완전 악마에 쓰레기도 나왔다던데-_-;; 영화 속 미란다는 자신의'악함'에 대해 '최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라고 변호하는 듯 하다. 생각해보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한결같이 '독하다' '괴팍하다' 이런 말을 듣지 않는가. 아마도 독하고 괴팍하거나 깐깐하거나 완벽주의자가 아니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것일까? 글쎄..어쨌든 메릴스트립의 연기로 영화 속 미란다는 소설 속 미란다보다 훨씬 매력적이로 사랑받는 악역으로 재 탄생!!



이 사진을 보고 '악마의 괴롭힘에 당하고 있는 불쌍한 천사 앤디'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잠시 재고해보자. 영화 초반 앤디가 보여준 모습이야 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세계 최고의 패션 잡지에 '어쨌든' 입사해서 일하기로 했으면 무언가 좀 다부진 각오라든가 준비가 필요할텐데, 그녀의 마음가짐은 너무 안일했다.


미란다는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수십년 째 지켜온 거물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넘칠텐데, 그녀가 보기에 앤디가 얼마나 못미더웠을까? 물론, 비서를 하녀다루듯 하는 그녀에게도 문제가 있지만..결국, 내가 볼 땐 둘다 악마다-_-;;



어쨌든, 초반엔 얼빵하고 촌스런 패션의 풋내기 비서에서 뒤로 갈수록 초특급 얼짱 패션짱 여비서로 탈바꿈한 앤디를 연기한 배우는 앤 하서웨이. 영화 초반에 등장한 그녀를 보고 나는 한가지 공통스런 외모에 깜짝 놀랐다. 와~눈 되게커!! 와~입도 되게 길어!! 와~가슴도 커!! 와~몸집도 커;;;



실제로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는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속 캐릭터가 워낙 뚱뚱하다보니(66사이즈??) 일부러 살을 찌웠다나 뭐라나...확실히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그녀는 살집?이 있어보인다. 옷도 두툼하긴 했지만.


사진 속 모습은 촌티를 벗어버리고 본격적으로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답게? 입기 시작한 모습이다. 상당히 스타일이 괜찮다. 아니나 다를까, 패션에 관한 영화 답게 영화 속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라고나 할까.


짜잔~영화 속 앤디의 패션 컬렉션~! 당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첫번째 모습이 젤 낫다. 젤 부담이 덜 가고 ㅋㅋ 영화를 위해 66사이즈로 살을 찌웠다고는 하나, 타고난 옷걸이 덕분에 모델 못지 않는 자태를 뽐내는 앤 해서웨이!!



촌뜨기 시골처녀 앤디를 환골탈태시킨 장본인이 바로 이 아저씨, 수석아트디랙터 나이젤. 푸근한 외모답게 성격도 좋다.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인 미란다의 오래된 파트너. 런웨이의 당근과 채찍이랄까-_-;; 앤디의 칭얼거림을 말로 다독여주고 그녀를 깨우쳐줄 때엔 정말 참교육자의 모습?까지 엿보였다!! 잠시 그가 앤디에게 해주었던 말을 곱씹어보자.

 


"그냥 전 정말 죽을만큼 노력했단 걸 얘기하려는 거 였어요."


"앤디 말은 제대로 하자. 넌 노력하지 않아. 넌 징징대는 거야. 내가 어떻게 얘기해 주길 바라는 거야? 이렇게 얘기해 줄까? 불쌍도 해라. 머랜다가 널 그렇게 볶아대다니. 불쌍해서 어쩌나~ 불쌍한 우리 앤디~ 이렇게? 정신차려. 6호짜리야! 그녀는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지금 니가 일하는 곳이, 세기의 거장들 작품을 발표한 곳이란 걸 몰라? 홀스턴, 라거펠드, 델 라 랜타. 그들이 작업한 건, 그들이 창조한 건, 예술 그 이상이었어. 왜냐하면 넌 평생을 여기에 바쳤으니까. 아니, 넌 아니고 너 말고 다른 사람. 이게 단순한 잡지 같아? 이건 그냥 잡지가 아니야. 이건 희망을 주는 빛나는 등대야.


아니면 글쎄, 로드 아일랜드에서 형 6명 밑에서 자란 소년을 예를 들어 얘기해 보지. 그 아인 축구수업에 나가는 척 하면서 실제론 바느질 수업에 나갔었지. 그리곤 날이 새도록 런어웨이를 끝짱까지 읽곤했어.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전설적인 거장들이 일했는지 넌 모르잖아. 더구나 넌 신경도 안 쓰잖아.


이 곳은 많은 사람들에겐 일하다 죽어도 좋을 곳이지만넌... 그냥 마지 못해 하는 거잖아. 그녀가 왜 니 이마에 키스를 하지 않고 우등상장이나 던져 주는 건지 졸업 할 때 쯤에나 궁금해 하겠지. 정신차려."



앤디의 남자친구. 이름없는 음식점의 주방에서 일한다. 난,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가, 꽤 괜찮게 생겼다고 보는데 소설을 먼저 읽은 몇몇 여성들은 죄다 낚였다고 난리다. '우리의 네이트를 왜 이렇게 망가트려 놓았냐!!!' 고-_-;; 역시, 소설을 영화화 하는건 어렵다. 그래도 나나에 비하면 양반아닌가 ㅋㅋ



아아...이 남자가 나올때마다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사이다가 필요해~사이다가 필요해~~-_-;;왠지모르게 느끼했던 이남자. 앤디를 위해 해리포터의 미발표 원고까지 구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거늘!!! 어쨌든 많이 느끼했다. 느끼남. 이름도 기억안나



앤디의 선배 여비서. 작은 미란다라고 해야할까. 앤디에게 여간 깐깐하게 구는게 아니다. 미란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껌벅 죽어버리는 그녀. 눈동자 색깔봐 -0- 왠지 이미지가 커스틴 던스트랑 닮았다. 머리 색이랑 눈동자 색이 닮은건가. 어쨌든, 영화속에서 꽤나 자주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닥 비중을 느끼지 못했던-_-;;




어쩜..뭘 해도 저리 도도할까-_-;;;이쯤되서 한번 생각해보자. 왜 제목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일까? 악마는 왜 프라다를 입을까..왜 프라다를..캘빈 클라인은 안되? 베르사체는? 이런 저급한 질문 말고. 영화 속 캐릭터들이 프라다만 입고 있는건 아니니까. 그저 프라다는 '명품'을 일반화 시킨 대명사로 쓰였을 뿐.



사람들은 명품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것을 구매한 사람에게 남들이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때문에 명품을 구매한다.(제품의 질은 아마도 두번째 고려사항쯤 될 것이다) 그 사회적 의미란 바로 '지위와 부'를 뜻한다.


부의 세습으로 인한 구매력을 제외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구매력이란 바로 자신의 사회적 능력과 지위와 밀첩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구매할 능력이 된다는 것이고, 구매력이 있다는 것은 바로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명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을정도로 지위와 부를 갖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것이다. 물론, 어디 한 군데 모난 곳 없이 착한 성격으로도 정상에 설 수는 있겠지만, 좁디좁은 성공의 문틈을 통과하려면 본디 적어도 한군데 정도는 모나고 긁혀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괴짜니, 악마니, 특이하다느니 이런 소리를 듣는것도 당연한 것 같다. 이런 사람들 중 몇몇은 아마도 명품 구매함으로서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자신의 지위와 부를 은근히 드러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명품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없다.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구매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구매하려 하거나, 명품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부를 돈으로만 사려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면 문제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