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원문날짜 알 수 없음..
내가 이번에 읽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에 관한 신화는 그리스 신화중 가장 비극적이고 로맨틱한 신화로 손꼽힌다.
이 신화에 대한 내 생각을 피력하기 이전에 우선 현대를 사는 우리가 왜 신화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논해보자.
21C는 지구촌 시대이다. 국가 간의 지리적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 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만 평화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전 세계를 서양 문명과 동양 문명으로 나눌 때, 동양 문화권에 속한 우리가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양의 신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신화라는 것은 한 문명의 성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문명에 속한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서양의 그 많은 신화들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서구 문화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화는 단순히 재미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찾아서는 안된다. 그 속에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인간 심리의 기본적 가치와 그 가치간의 갈등이 담겨져 있다. 즉 ,전쟁, 평화, 사랑, 죽음 등 인류 탄생이래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주제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에서 내가 얻을 수 있고 또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랑에 얽힌 여러 가지 감정일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행복, 슬픔, 두려움, 고통, 그리고 위안의 감정을 차례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모두 사랑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 그의 감정 상태를 따라가며 내용을 짚어 보도록 하자.
오르페우스는 음악을 사랑하였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 결합되어 천상의 소리를 자아내었으며 그 소리는 세상의 모든 만물을 감동시켰다. 그런 그의 사랑이 에오르디케를 만나며 음악에서 그녀에게로 전달되었고, 그 과정에서 음악과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갔다.
오르페우스가 느낀 행복이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신화에서는 이들이 서로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혹은 사랑의 나날들에 대한 행복함의 묘사가 자세하게 나타나있지는 않다. 다만 에우리디케를 찾기 위해 저승까지 마다않고 찾아간 오르페우스의 행동과 그의 심정에서 그 깊이를 짐작할 따름이다.
슬픔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현세에 혼자 남은 오르페우스의 마음을 말한다. 이 슬픔과 아픔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만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슬픔과 아픔이다. 신들은 어찌하여 사랑하는 이들을 이처럼 잔인하게 갈라놓을 수 있단 말인가..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가 천상의 모든 신들과 사람들은 물론 자연에 숨쉬는 모든 존재에게 안타깝게 울부짖으며 하소연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려움이란 지옥에서 밖으로 나오는 입구 앞에서의 오르페우스의 감정이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자 두려움에 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두려움. 이것은 한 번 자신을 떠났던 연인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즉 간신히 되찾은 사랑이 내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그 때, 그는 아마도 그녀를 다시 잃을까봐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하데스의 경고도 무시한 채, 연인과의 행복한 재회의 삶을 눈앞에 둔 채, 그 모든 것을 뒤로 남기게 된 것이다. 또한 그 두려움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내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마치 어둡고 알 수 없고 공포로 가득찬 저승의 길고 긴 터널처럼 한 번 그녀를 잃은 그의 마음은 어두컴컴한 세계가 되어 그 자신을 그 안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이란 자신의 실수로 두 번이나 연인을 죽게 한 오르페우스의 마음이다. 자신을 떠났던 연인과 다시 만날 뻔하다가 다시 헤어졌을 때의 고통은 첫 번째 떠나 보냈을 때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한 처음 찾아간 저승에서의 노래가 잃어버린 아내에 대한 그리움, 슬픔을 노래한 것이라면 두 번째 찾아간 저승 앞에서 부른 노래는 자기 자신의 행동을 탓하고 다시는 연인을 만날 수 없다는 체념의 노래이다. 이 부분에 와서는 ‘오르페우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을 신들이 짊어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 번이나 잃은 그는 흡사 폐인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는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모든 여자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그를 위로해 주는 것은 오직 그의 칠현금과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의 냉담을 시기하던 여자들의 질투는 그에게서 남은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음악마저 뺏아갔다. 그는 죽음으로서 그의 남은 사랑이었던 악기에게서조차 떠나게 된 것이다. 이로서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려 마음이 한 번 죽었으며, 처녀들에 의해 그의 몸 역시 죽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 음악 둘 모두를 잃어버린 비참한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나지 만은 않는다. 오르페우스를 가엽게 여긴 제우스신이 그의 악기를 하늘에 올려 그 영롱한 빛과 음색을 계속 발하게 한 것이다. 이로서 지상에서 못내 이루지 못한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하늘에서 그의 음악으로 인해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끝으로 오르페우스가 저승의 문 앞에서 그의 아내를 그리워 하며 부른 노래를 짤막하게 적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로지 공포와 어두움으로 가득찬 이곳으로 나의 발걸음을 이끈 것은 ’사랑‘입니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에우리디케를 향한 사랑입니다. 그녀는 천수를 다하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만일 그러했다면 나 오르페우스 역시 지금 살아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오 저승의 신들이여, 나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을 알진대 부디 그 사랑을 끊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