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 인턴
인턴 배치 첫 날은 정말 지옥이었다. 특히 바로 전 날까지 계속 고민했다. 아니, 고민했다기 보다는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가기싫다가기싫다가기싫다무한반복" 특히, 아침에 출근 전에 양복을 입으면서도 계속 가기싫다가기싫다..심지어는 국민은행 문 앞 바로 앞에서도 계속 가기싫다가기싫다..
계속 은행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어느 직원분이 들어가시길래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들어갔는데, 매장 안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날 알아보더니 악수를 청하신다. 누구지? 했는데 '나 지점장이야' 이러시네 -_-;;
나 말고도 새로오신 두 분이 계셔서 좀 다행이었고..8시 반쯤 객장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서 새로온 분들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뻘줌하게 ..은행 문 열 때 까지 있다가..오른쪽 팀장님이 뻘줌하게 서 있으면 본인들도 부담된다면서 청경한테 가서 물어보고 많이 배우라하신다. 나가서 안내 노랑띠 매고 번호표 뽑으로 오시는 분들께 안내 시작.
청경은 이름은 성호인데..나이는 84년생. 은행에서 제일 어렸다. 창구에 있는 직원 중 1번2번 정민씨, 도경씨는 내 또래고, 3번 4번 미자-민재 주임님은 훨씬 연배가 높으셨고..오른쪽 분들은 아직 이름을 못외웠고..윤정?윤경? 이라는 분이 나랑 동갑인데 성호씨 말로는 전체 수석이랜다.ㄷㄷㄷ정민씨는 대구에 있다가 올라왔고..1~4번 창구는 계약직이고 5~9번 창구가 정직원이라고 성호씨가 귀띔해줌. 성호군은 참 야무지게 일을 잘 하는 것 같다. 싹싹하기도 하고. 어르신분들께. 전체적으로 직원분들이 선해서 좋았다. 잘 대해주시고. 지점장님도 많이 유머러스하시고, 부지점장님도 좋으시고, 오른쪽 팀장님이 좀 깐깐하신 것 같지만, 그정도면 뭐..미자주임님은 고3 아들이 있어서 걱정이신것 같으다.
암튼, 하루 종일 서 있으면서 일하는게 무슨 공익하는 것 같다. 첫 날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었는데 둘째날, 오늘 가니까 직원분들이랑도 친해졌고 업무도 조금씩 익숙해졌고 안바쁘고 손님도 없으니까 짬날때 성호랑 얘기하거나 정민씨랑 장난치거나 미자-민재 주임님과 얘기하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처음에는 안내를 왜 세워놨나 싶었는데 하다보니까 정말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특히 나이드신 분들은 혼자서 기계를 다루거나 은행업무 보시기가 복잡하고 벅차니까 안내하는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고..뭐랄까..동네 분들의 일종의 집합소?라는 생각도 들고..어르신들의 칭찬이나 일이 해결되는걸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하고..그렇지만 역시나 시간낭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_-
암튼 그렇다. 복잡하다. 아주 힘들다. 일 하고 집에와서 공부하는거나, 오늘처럼 일하자마자 집에와서 대충 먹고 과외가는거나..이제 2틀 지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