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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 - 5감을 만족시키는 장예모판 블록버스터의 완결

lainy 2007. 2. 4. 04:44

근래들어 가장 공을 들여 쓴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화는 개봉하기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장예모 감독, 공리, 주윤발 주연'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많은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예고편에서 보여준 거대한 스케일과 물량, 액션 등은 <영웅> <연인> 시절부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장예모감독의 블록버스터영화 만들기가 본 영화에 와서 최고조에 다달았음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만으로 승부하려는 영화는 일찍 지고 말았으니 과연 황후화는 얼마나 오래 그 아름다운 봉우리를 펼칠 수 있을까. 이것의 관건은 바로 영화의 이야기와 짜임새, 연출이다. 작은 것에 집중하면 큰 것을 놓치게 되고, 큰 것에 신경을 쓰다보면 또 작은 것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거대한 스케일에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쏟아 부은' 만큼 '보여줘야'한다는 어찌보면 일종의 강박관념때문에 화면가득 돈냄새가 풀풀 풍기지만 그 속이 허한 경우가 많아 초반에는 관심과 흥행에 성공하지만 롱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예모감독이 누군가. 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블록버스터 영화인 <영웅>과 <연인>이었지만, 오래 전 <붉은 수수밭> <홍등> <집으로 가는길> 등을 통해 베니스과 칸 영화제를 석권하는 등 이미 '작은'영화를 통해 연출력을 거하게 인정받은 바 있다. 그의 '작은'영화에서의 이런 능력은 '큰'영화로 옮겨지면서도 변색되지 않았으니, 이것은 이미 <영웅>과 <연인>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이들 '큰'영화를 통해 그는 '장예모 스타일'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거대한 물량, 압도적인 액션, 아름다운 색감 등이 바로그것이다. 찬찬히 영화를 꼬집어보자.

 영화의 첫번째 매력은 색. 사람은 5가지의 감각 중에서 시각에 가장 예민하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거대한 스케일, 물량, 화려한 액션보다는 그것들의 무대가 되는 배경의 색감에 계속 눈이 머물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에 불이 꺼졌을 때에도 계속 그 색감들이 눈에 머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전작, <영웅>에서는 빨강, 파랑, 하양 등 각 장마다 분위기의 변화 및 이야기의 흐름을 색으로 표현하였고, <연인>이 경우 대표적으로 녹색을 사용하였으며,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순백의 하양과 피의 짙은 붉은색을 대비시키며 또 한번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본 영화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인 색깔은 바로 노란색이다. 물론 위의 두 자신에서 보듯 강렬한 빨간색도 쓰이긴 했지만, 영화의 중심소재로 쓰이는 국화와 황실의 부와 권위를 나타내는 황금 등이 영화 전반에 나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은 오래 먹기 힘들듯, 초반에 내 눈을 사로잡았던 화려한 황금집기들 및 색감 등은 오래가지 않아 그 빛을 발했다. 예민한 사람은 거대한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이 역겹게 느껴지기도 할 듯.

영화의 두번째 매력은 소리다. 시각에 이어 다음으로 예민한 감각으로서, 시각적 아름다움은 황후의 약을 달이는 곳에서 극대화된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쳐 사운드에 굉장히 많이 공을 들이고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세 번째 매력은 거대함과 액션. 영화의 배경 자체가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당나라 말기의 황실인지라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황실을 수놓은 황금 갑옷, 황금 색 예복, 온갖 황금 집기 등이 보는 이를 놀라게 하고, 또한 드 넓은 황궁을 가득 채운 수만 송이 국화 하며,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대규모 전부장면에서 황금갑옷과 검은갑옷으로 각기 무장한 수십만 대군이 서로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런 장면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제작비.  <영웅>의 150억원, <연인>의 120억원, <야연>의 200억원, <무극>의 3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450억원의 제작비. 이는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장감독의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막대한 돈은 곧바로 영화 곳곳에 뿌려지는데, 아마 가장 많이 돈이 들어간 장면이 바로 마지막 전투장면일 것이다. 이미 대규모 군사 장면과 전투 장면은 <영웅>에서 그 시행착오를 거치고 익숙해 진 바, 본 영화에서는 그 연출력이 아주 극대화 되어 시각적 충격까지 더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거대한 액션 장면에만 공을 들여 작은 부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진 않는다.

소규모 전투 장면역시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가지 컴퓨터 그래픽과 와이어 액션 및 사실적인 싸움 장면 등은 <영웅>과 <연인>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영화의 마지막 매력은 바로 배우들. 이미 세계적인 배우인 주윤발과 공리 외에도 떠오르는 신예스타 주걸륜, 유엽 등을 캐스팅 했는데, 뛰어난 연기력의 베티랑 배우 들과 패기 넘치는 신예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뛰어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주윤발 아저씨(?) 본국으로 돌아오시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국에서 최고의 영화배우로 있다가 헐리웃으로 진출한 모험심은 존경스럽지만, 도통 헐리웃에서 찍은 영화들은 역시 아시아 배우들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주윤발, 성룡, 이연걸 등 수많은 홍콩 스타들이 헐리웃으로 넘어갔지만 그들이 영화속에서 맡은 배역을 보면 하나같이 무술 유단자, 혹은 무술 관련 인물로 나온다. 미국사회에 녹아드는 배역이 아닌 여전히 겉도는 아시아인으로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너무 아쉬웠다. 주윤발의 매력을 100% 담아내기에 방탄승 같은 영화는 너무나도 가벼운 영화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그의 출연을 반갑게 여긴 나였다. 영화에서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전 아내를 배신하고 양나라 황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과거를 갖은 왕으로 나온다. 평소에는 굉장히 후덕하나, 싸움과 전투, 음모를 파해칠 때의 눈빛과 몸짓은 황제로서의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후덕함과 황제로서의 권위,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얼굴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십년간 그가 쌓아온 배우로서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나이가 들수록 점점 중후해지는 멋을 내는 배우.

주윤발 아저씨와 함께 영화의 커다란 축을 이루는 배우 공리. 극중에서 황제의 두번째 아내로 등장하며, 자신의 친아들이자 황제의 둘째인 '걸'을 왕위에 오르게 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영화 내내 사진에서 보듯 슬픈 눈빛을 하고 있는 공리. 자신을 독살하려는 왕에게 분노하고,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관계에 놓여진 왕의 첫째 아들과는 연민과 사랑을, 자신이 낳은 둘째 아들에게는 모정을, 품는 얼굴 역시 공리 밖에는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공리 가슴이 저렇게 컷었나-_-라는 딴 생각을 품게끔 만드는 몸매는 플러스.

이 남자가 이렇게 멋있었던가? 중화권의 떠오르는 스타, 아니 이미 최고 스타로 등극한 주걸륜!! 사실 스크린 속에서의 그를 처음 본 건 이니셜D에서 였다. 후즐근한 옷차림에 고물똥차 86을 몰던 그를 봤을땐 '완전 후즐근 양아치 같이 생겻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맡은 배역과 옷빨인것인가!!  왕의 둘째 아들로, 무술에 능하고 충직하고 효성 강한 아들로 나온다.  

처음에는 친부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다며 어머니의 음모에 가담하지 않으려 하지만, 독살음모를 알고는 어머니의 계획에 가담하여 직접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전투에 나선다. 위 사진은 아버지와 아들의 단란?했던 한 때. 영화 속에서 황제의 무술실력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며 둘째 아들 걸 역시 대단한 내공의 실력자로 나온다.

그 둘이 영화 초반에 부딪히는 장면과 주고받는 대화는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복선임을 알려준다. 이 장면에서 주윤발이 보여준 액션은 왕년에 영웅본색 등 느와르 영화를 통해 다져진 몸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왕의 첫번째 아들로 왕위 계승에 대한 미련이 없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왕 앞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을 아뢴다. 하지만 아버지의 둘째 부인과 묘한 감정관계에 있으며, 그녀의 음모 계획을 알아차리고 혼란스러워한다. 죽기 직전 죽은줄 알았던 자신의 생모와 재회하지만...보는 내내 '와 앤디야 앤디~ -_-;;

이제 겨우 중학생. 본 영화가 첫 출연작이라 한다. 성품 착하고 똑똑하고 아비를 잘 따르는 막내 아들..로 나왔으나 중후반부에서 갑자기 돌변.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복잡 다난한 어린 왕자의 심정을 분토하기엔 조금 연기가 역부족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뭐..<영웅>때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들은 <황후화>에서도 계속된다.  거대함으로만 승부한다느니, 물량으로만 승부한다느니, 중화사상, 보기 거북스럽다 등등. 물론, 찬사 역시 끊이진 않지만. 하지만 그런 것들은 비평가들에게만 맡기자. 영화관에 들어간 이상, 영화를 보는 이상은 그런거 다 잊어버리고 스크린에 집중해야하는 것 아닐까.

이런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끝까지 풀어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조여버린 장감독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각자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영화가 탄생하기 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갖은 수고를 다한 스탭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